안녕하세요, 프린지와 5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는 류브이입니다. 저는 올해 축제에서 협력프로그램과 마니또클럽을 담당하고 있어요. 자유참가프로그램 이외에도 함께할 방법들을 만들어 보겠다는 연초의 다짐은 프린지를 계속하며 어쩌면 당연하게 꿈꾸게 된 것이었어요.
프린지는 자유참가 예술축제입니다. 자유참가의 의미는 예술계 동료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 태도, 화두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그만큼 프린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고, 작품을 다양한 관점과 언어로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열망이 커졌어요. 멋진 작품이 8월에 반짝!하고 소문처럼 맴돌다 사라진다는 죄책감, 아쉬움. 그런 마음이 ‘멋진 작품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나날 볼 수 있어야해!’ ‘그런데 왜 그 작품 멋지지?’ 하는 제 안에서도 정리되지 않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어떤 작품은 당장이라도 인상적이고 좋은 이유들을 나열할 수 있지만 어떤 작품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영 혼자서는 알 수 없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여러 시선을 나누는 것이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더더욱 느꼈습니다.
공연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여도 막상 서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 않나. 나조차도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건지, 내 관점은 어떠한지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지 않나. 그런데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불호인지 알아갈 때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자꾸만 비슷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 아는 사람들만 만나다 보면 편하지만 편협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어쩌면 저의 막막함과 질문들이 마니또클럽을 기획하는데 뼈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마니또클럽 신청 시 질문으로 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장르/주제/작업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작품을 볼 때 나만의 관점, 혹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물어보기는 쉽지만 막상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 하지만 이쯤이면 지금의 내 상태를 점검하고, 고유한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을 나누고, 다름의 시각을 감각할 때 결국 내 세계와 취향이 단단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이자 예술계 구성원 사이를 오가는 중간 지대의 네트워크 모임, 마니또(많이 또 만날 친구)클럽을 만들었습니다.
마니또클럽은 #주목, #축하, #넥스트,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크게 세 축으로 구성했어요. 목요일은 올해 참여 예술가의 시선, 화두, 태도를 공유하는 ‘피칭’, 금요일은 작품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화제작 수다회’, 토요일은 축제 이후 다음을 위한 작당하기 ‘실천 수다회’. 3주 동안 목·금·토 아침 10시 30분부터 13시까지 아침수다를 떠는 거죠. 아침수다의 효능은 떨어본 사람만의 압니다. 각오하고 나와야 하는 시간인 만큼 각오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피칭’은 올해 참여 예술가의 허심탄회한 고백들을 기대했습니다. 작품 PR도 좋지만 진짜 덕질은 사람을 덕질하는 것이니까요. ‘화제작 수다회’는 서로의 기대작, 화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찾아보며 다양한 시선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어요. ‘실천 수다회’는 축제 이후, 다음에 대해 실천적으로 행동해보는 시간으로 우리의 결핍과 욕망, 자원을 파악해보는 워크숍 형식을 구상했습니다. 구상하면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왜 이걸 하고 싶은지 저조차도 파악이 안 될 때, 쿄와 이야기 나누며 같이 길을 만들고 이유들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과정을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저는 독립예술이 역설적으로 ‘서로에게 기대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독립된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하는데요. 아마도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친구가 많을 수록 그만 두기 쉽지 않으니까요~~~많은 친구도 좋고, 깊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만날 자리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1주 차 클럽 활동에서는 축제 공간을 돌아보는 투어형 웰컴데이, 올해 150여 개의 작품 포스터 이상형 월드컵 등을 했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 자리로 함께할 방법들을 찾고 있으니 고민하지 마시고 아침 수다에 동참하세요! 분명 어렵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마니또클럽 가이드북에 썼던 말을 붙입니다.
차근차근 시작해 봅시다.
‘우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8월이 아닌 다른 날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마니또클럽에서 독립된 서로의 세계가 만나지기를, 만나면 반가운 친구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비밀 조력자 프린지 드림! V!
+마니또클럽 참가신청은 끝났지만 혹시 신청을 놓치셨더라도 일단 오세요! 많이 또 만날 친구를 돌려보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니또클럽 라운지(모두의놀이터 1층,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75)는 매주 목·금·토 10:00-14:00 열려 있어요. 그럼 또 만나요!